베르그쉘, 미래를 만들어가는 소재
최근 유행하는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를 연상시키는 투박한 회색 빛 빌딩, 건물 외부와 내부는 깨끗하게 잘 정돈되어 있고 몇몇 사람들은 공장 주위를 오가며 장비들의 운영상태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위층에 있는 회의실과 사무실, 실험실에는 피엘라벤 제품 개발자인 니클라스(Niklas Kull)와 스반테(Svante Bjorkroth), 그리고 호유(Ho-yu) 텍스타일 사의 오너인 찰스 조(Charles Jwo)가 피엘라벤의 신소재인 베르그쉘에 대해 논의하고 있습니다.
찰스는 실험실 내에 있는 다양한 장비들에 대해 설명합니다. "이 장비는 내마모성을 테스트하는 장비입니다. 그리고 이 장비는 인장강도를 측정하는 장비죠." 시제품 소재의 촉감을 확인한 두 스웨덴 사람들은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진정 그들이 원했던 바로 그것이었죠.
"우리는 피엘라벤의 소재는 반드시 피엘라벤만의 DNA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로고를 보지 않아도 사람들이 피엘라벤의 소재라는 걸 알아챌 수 있도록 말이죠"
뒤이어 라미네이션, 필라멘트 섬유, 그리고 에어 텍스쳐링 같은 기술적인 이야기들이 오가며 회의는 복잡해지기 시작합니다. 호유 텍스타일의 찰스와 그의 팀은 단순한 테크니컬 전문성을 갖춘 기업이 아닙니다. 피엘라벤이 그들과 함께 베르그쉘을 개발하기로 한 다른 중요한 이유는 그들의 지속가능성 때문입니다.
녹색혁명
호유는 1964년 찰스의 아버지와 두 친구에 의해 설립되었습니다. 그들은 쇠퇴하는 서구의 섬유 산업을 보며 새로운 성장의 잠재력을 아시아에서 찾기로 하고는 국제적인 비즈니스에 적합한 도시인 타이페이에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호유는 이내 타이완에서 가장 뛰어난 섬유 회사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80년 대 중반, 몇 번의 강한 태풍과 폭우로 인해 피해를 입은 후 지금의 구아닌(Guanyin)지역으로 이전되었습니다.
"폭우가 거대한 홍수를 일으켰죠" 찰스는 말합니다. "제 기억으로는 그때 공장에서 사용하던 물에 독성 화학물질들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홍수로 인해 벼농사를 짓던 논과 저수지에 쏟아졌습니다. 그래서 제 아버지와 그의 파트너들은 공장을 옮기기로 결정했습니다. 그의 사업이 사람들의 건강을 해치게 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생각했죠. 이것이 우리의 사업여정이 더욱 친환경적으로 변모하게 된 첫 계기입니다."
오늘날의 관점에서는 지극히 이해되는 일이지만, 1987년에 아시아에서 이러한 생각을 갖고 행동했다는 것은 결코 흔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아마도 매우 담대한 결정이었을 것입니다. 호유 텍스타일은 꾸준하게 지속가능한 사업을 해왔습니다. 예를 들면 공장 바닥에 있는 연기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장비에 재생 용제와 미생물을 이용한 친환경 재생용수를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생산 전후로 버려지는 섬유들은 모두 재활용했습니다. 물론 새로운 에너지 저감 설비 기술에 1백만 달러 이상 투자했던 것은 실패로 돌아가기도 했습니다. 이는 염색공정에서 물 사용을 줄이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도움이 되지 않았어요. 장비가 꽤 고가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도해봤습니다. 만약 잘 들어갔다면 꽤 환상적인 결과를 만들어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애물단지가 되고 말았네요" 찰스는 웃으며 말합니다.
우리는 찰스의 차를 타고 5분정도 떨어진 호유 텍스타일의 방직 공장으로 향했습니다. 그곳에서는 156개의 기계가 힘차게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직조기는 리드미컬하게 돌아가면서 씨실과 날실을 오가며 긴 롤 모양으로 천을 만들어내고 있었고, 표면을 따라 물이 제트 분무 되고 있었습니다. 이 작업 방법은 전통적인 방식에 비해 작업효율은 높이고 에너지는 절감하게 만들었습니다. 결과물은 더욱 균일하고 높은 품직을 갖게 되었고, 공장의 습한 냄새도 줄여주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닙니다. 베르그쉘을 만들기 위해 호유 사는 더욱 특별한 에어 텍스쳐링(Air Texturing) 기술을 적용했습니다. 공기가 겹쳐 짜인 두 개의 실 위로 바람이 불면서 표면에 미세한 기모와 보풀이 일어납니다. 물론 눈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공정은 섬유의 내마모성을 더욱 뛰어나게 만들어줍니다.
살짝 뒤돌아보며
몇 년 전 고객들은 왜 우리의 제품 군 중 방수 배낭이 없는지에 대해 묻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G-1000 Heavy Duty와 레인 커버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제품은 모든 종류의 기후 속에서 사용할 수 있고, 트레킹 배낭에 있어서 내구성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라는 답변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에겐 베르그타겐(Bergtagen)이 있습니다.
베르그타겐은 우리의 마운티니어링 컬렉션으로 울 보온 내의부터 합성 보온 자켓, 에코쉘과 같은 방수 자켓까지 포함하는 시스템 레이어링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이 컬렉션을 2017년 가을 출시할 당시에는 배낭이 컬렉션에 없었고, 우리는 무언가 미완으로 남겨두었다는 점이 약간 마음에 걸렸습니다. 피엘라벤의 배낭 레인지는 거친 산악알파인 환경에 대해 완벽하게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하드웨어 디자인팀은 수많은 방수소재를 찾고 조사했습니다. 대부분 내구성을 만족시키지 못했고, 신축성도 없었습니다. 또한 피엘라벤의 지속가능 기준에도 부합하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코튼이 이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스반테는 설명합니다. 코튼이 혼방된 G-1000 Heavy Duty가 매우 내구적이라고는 해도, 거친 알파인 환경에서 사용하기에는 다소 약할 수 있죠. 우리가 본 대부분의 방수 소재들은 대부분 너무 광택이 있고 번들거려서 피엘라벤과는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또한 내구적이지도 못했죠. 우리는 우리의 비전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지속가능 한 파트너사를 찾고 있습니다. 단순히 기능성과 내구성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피엘라벤의 디자인 가이드라인에 맞추어서 우리의 소재들은 지속가능해야 했습니다.
이것이 호유 텍스타일이 우리와 함께 하게 된 이유입니다. 스반테와 니클라스 그리고 찰스는 회의실로 돌아왔습니다. 서로 다른 다양한 패브릭들이 테이블 위에 올려졌습니다. 패브릭들은 저마다 라이네이션 타입과 무게, 두께 등에 미묘한 차이를 갖고 있었습니다. 디자이너인 니클라스는 각 소재들의 형태와 느낌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밀고 문지르고, 꺾어보면서 물성을 테스트해보고, 라미네이트 소재를 보며 문지르고 방수 수준에 대해 확인했습니다. 반면 스반테는 전체적인 비용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단가를 확인했습니다. 그는 이성적이며 사려 깊고 정중하지만, 냉정합니다. 이것이 피엘라벤의 협업입니다. 피엘라벤 디자이너는 호유와 그의 파트너 사에게 일방적인 요구를 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호유 역시 피엘라벤만을 위해 일하지 않죠. 모든 것은 하나의 과정입니다. 긴 전화통화와 스카이프 미팅, 장문의 이메일을 넘어 이렇게 타이완의 공장까지 방문하는 것까지 말입니다.
함께여서 더욱 잘할 수 있는 것
디자인팀은 우리의 지속가능성 비전을 가장 잘 공유할 수 있는 파트너사와 공정을 시작했습니다. 물론 최고의 품질 수준도 필요하고, 물량도 맞출 수 있어야 합니다. 파트너를 발견하면 미팅을 시작합니다. 우리와 함께할 수 있을지, 어떻게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지, 약속된 날짜에 정확한 가격으로 납품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소재가 제품으로 만들어져서 얼마나 사람들을 기쁘게 할 수 있을지 등등 수많은 질문과 함께 시작됩니다. 그리고 해답을 찾는 과정은 시간이 걸리기 마련입니다.
시제품을 거쳐 베르그쉘은 피엘라벤과 호유 모두에게 있어 완벽히 새로운 소재가 되었습니다. 재생 나일론은 호유가 지난 십 년 동안 해왔던 것입니다. 여기에 방수 실링을 위한 새로운 TPU 접착 라미네이션과 내마모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주는 에어 텍스쳐드 립스탑 기술이 더해졌습니다. 그렇게 이 모든 것을 갖춘 당신의 베르그쉘이 드디어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피엘라벤팀이 소재에 대해 행복해하고 있는 동안, 디자인팀은 제품 개발에 들어갔습니다. 바로 배낭입니다. 피엘라벤은 집중적으로 제품 테스트를 하고, 호유와 베트남이 배낭 제조 업체에게 피드백을 했습니다. 이러한 수 개월 동안의 과정을 통해 마침내 서로에게 모두 만족스러운 결과를 도출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지속적인 개선의 과정이죠" 니클라스는 말합니다."우리는 그들에게 더 나은 도전과제를 주고, 우리는 이를 통해 배워나갑니다. 협업은 우리에게 최고의 결과를 낳게 해줍니다."
디테일의 모든 것
결론적으로 이 소재는 매우 특별합니다. 일반적인 립스탑 구조는 고르지 않은 표면을 갖고 있어 초반에 실 자체는 보호할 수 있을지 몰라도, 마찰이 발생할 경우 점차 표면이 닳고 인장강도가 약해질 수 있는 반면 베르그쉘의 플랫 립스탑 구조는 마찰력을 표면 전체로 분산시켜 마찰이 심해져도 효과적으로 견딜 수 있습니다. 또한 베르그쉘의 부드러운 안쪽 필라멘트 실은 높은 인장강도를 가지고 있는 대신 낮은 내마모성을 갖는데, 반면 불규칙한 에어 텍스쳐드 섬유(Air Textured yarn)구조의 곱슬곱슬한 상층 표면은 인장강도가 낮은 대신 훌륭한 내마모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두 종류의 원사를 결합함으로써 탄생한 뛰어난 신소재 베르그쉘은 결과적으로 높은 내마모성과 높은 인장강도 두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TPU 라미네이트와 PFC 프리 발수코팅으로 방수성능(20.000mm)이 더해집니다. 그리고 이 원사의 일부는 글로벌 재생 기준 인증을 받은 재생 나일론 소재입니다.
“우리는 이 소재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베르그쉘을 개발하면서 우리의 목표는 피엘라벤의 DNA를 분명하게 가진 방수 소재를 개발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것이 완성됐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한 발 더 나아가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베르그쉘은 재생 나일론으로 만들어졌을 뿐만 아니라, 뛰어난 내마모성과 인장강도를 갖추고 있어 긴 수명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산악 가이드 팀으로부터의 피드백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니클라스는 베르그쉘을 테크니컬 백팩에 적용했습니다. 바로 마운티니어링 레인지인 베르그타겐(Bergtagen)이 그 결과물입니다. 두 번째는 켑(Keb)으로 72리터와 52리터 버전은 장거리 트레킹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세 번째로는 울버(Ulvo)라 불리는 새로운 컬렉션으로 소형부터 중형 사이즈의 완전방수 롤팩과 힙팩 등의 데이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회의실을 나와 우리는 공장으로 다시 향했습니다. 형형색색의 수많은 원단 뭉치들이 벽을 따라 이어져 기계에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다채로운 색깔이 무채색의 바퀴와 버튼이 달린 기계들, 콘크리트 회색 빛과 대비되어 더욱 생동감 있게 빛나 보였습니다. 부드럽고 매끄러운 표면 뒤에 숨겨진 톱니바퀴에 맞물려 돌아가는 수많은 선과 코일의 조합, 그것은 바로 베르그쉘의 메타포입니다. “살짝 떨어져서 보면 베르그쉘은 피엘라벤의 다른 소재와 마찬가지로 매트하고 약간 질감이 있으며 좋은 촉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반면 자세히 보면, ‘마법’이 일어나죠” 니클라스가 말합니다. 소재를 따라 빛을 비추어서 보면 수많은 서로 다른 십자무늬가 보이고, 만져보면 에어텍스쳐드 립스탑의 감촉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연 속에서 사용하다 보면, 다른 것은 더 이상 더 필요 없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