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엘라벤의 로고 이야기
당신이 지금 익히 알고 있는 피엘라벤의 로고는 1960년, 피엘라벤을 창업한 아케 노르딘이 그가 제작한 첫 배낭을 판매할 때만 해도 지금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당시에 로고라는 것은 되려 일러스트레이션에 가까웠죠. 피엘라벤의 경우에는 여우가 언덕을 뛰어내려가는 모습의 그림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케가 첫 제품들을 판매하던 스톡홀름의 아웃도어 편집샵인 프리루프트마가시넷(지금의 나뚜르꼼파니엣)과 거래가 잦아지며 로고는 점점 모습을 갖춰가기 시작했습니다.
아케는 프리루프트마가시넷의 스토어 매니저 얼랜드 웨스터버그(Erland Westerberg), 그리고 마케팅 매니저 닐스 힐만(Nills Hillman)과 함께 직원전용 주방에서 구겨진 냅킨 위에 아이디어와 낙서를 끄적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한 초기의 스케치들은 그래픽 디자이너 키엘 올슨(Kjell Olsson)에게 보내져 최종 디자인으로 거듭났습니다. 프리루프트마가시넷의 제품 카탈로그가 인쇄 직전이었기 때문에 그들은 서둘러야 한다는 압박 아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마감 날짜를 맞추는데 성공했죠. 그리하여 훗날 전세계에 익히 알려지게 될, 북극여우가 둥글게 몸을 말고 있는 디자인이 탄생합니다. 그들은 좋은 로고란 간결 및 명료해야 하고, 모든 형식과 크기에 적용할 수 있으며, 불필요한 공간을 차지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스케치가 계속될수록 여우의 모습은 보다 심플해져 갔으며 최종적으로는 머리와 꼬리의 형상만 남게 되었습니다.
피엘라벤 글씨체에는 Frankfurter체를 채용하였습니다. 올슨은 글씨체 특유의 둥글둥글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로고와 지극히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였죠. 하지만 피엘라벤 여우만의 특징적인 윙크하는 눈은 누구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였을까요? 이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힐만은 그것이 힐만의 아이디어였으며 올슨의 지지를 받았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아케는 여우에게 기묘한 눈을 만들어준 것은 본인이었다고 주장했죠. 누구의 말이 사실이던 간에, 로고는 성공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2009년 피엘라벤은 영예로운 Signumpriset 상을 수상합니다. 이것은 매년 최고의 노르딕 브랜드에게만 주어지는 어워드로, 다른 수상 브랜드로는 볼보, 뱅&올룹슨, 칼스버그, 그리고 앱솔루트 보드카가 있습니다. Signumpriset 심사단은 피엘라벤의 확고한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긴 세월에 걸쳐 어떻게 기업의 성공으로 이끄는지 보여준 사례임을 높이 평가했고, 변치 않는 북극여우 로고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눈을 반짝이며 몸을 둥글게 말고 있는 북극여우 로고는 이제 대도시의 거리, 숲과 야생 어디서든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시장조사에 따르면 95%의 스웨덴인들은 로고를 알아보며 공감대를 느낀다고 합니다. 그래픽 디자이너 키엘 올슨에게 북극여우는 프리루프트마가시넷의 제품 카탈로그 제작과 관련된 수많은 프로젝트 중 하나였습니다. 그는 로고 작업에 대하여 아케에게 청구를 한 적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극여우 로고는 그의 커리어에 있어 가장 성공적인 작품으로 남아있습니다.
올슨과 힐만의 창작품은 몹시 효율적이고 클래식한 디자인이어서 단 한번도 개선하거나 대체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적어도 최근까지는 말이죠. 50년간 끊임없이 사용되어온 로고의 그래픽 정체성은 조심스럽게 업데이트할 필요가 생겼습니다. 이는 주로 디지털 포맷으로 사용하기 위함이었습니다. Letters of Sweden의 폰트 디자이너 고란 소더스트롬(Goran Soderstrom)이 피엘라벤의 새로운 글씨체를 디자인했고, 그렇게 탄생한 Arctic Fox체는 기존 글씨체와 북극여우 로고의 맥을 이으면서도 다양한 포맷에서 적용될 수 있도록 조건에 부합하며 가독성도 좋았습니다.
하지만 이는 사소한 수정에 불과합니다. 윙크를 하고 있는 기묘한 북극여우는 변함없이 남아있죠. 그리고 이는 앞으로도 변치 않을 것입니다.